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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웃음이 전염되듯 공명하는 힐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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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과대학2022-08-1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전국한의대생을 위한 제1기 M&L 힐링캠프 소감문 지금처럼 무덥지만은 않았던 6월의 초입. 나는 신호등 앞에서 허겁지겁 메일 한 통을 보냈다. M&L 캠프에 참여하고 싶다는 짧은 세 문장이었다. 전송이라는 버튼을 누르고 나니 숨이 절로 가빠졌다. ‘선착순이라 하던데 과연 내가 그 안에 들었을까?’ 하는 불안, 초조, 그리고 그 사이로 빼꼼하니 고개를 드는 설렘. 두 시간 후 메일에 대한 답변이 문자로 되돌아왔다. 참가비를 입금하라는 것이었다. 내 지갑에서 돈이 새어 나가는데도 그저 기뻤다는 것을, 선생님께서는 아실까. 물론 이러한 선택에 확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교통은 너무도 불편하지, 주변에 편의시설은 하나도 없지. 2박 3일을 꼬박 병원에 갇혀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과거에 재빠르게 문장을 찍어냈던 내 손가락들이 자랑스럽다. 다소 조용하고도 막막하게 시작되었던 첫날은 캠프가 끝날 때 즈음에는 눈물바다로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서로의 눈을 오래 들여다보아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동료들을 얻었다. 사실 프로그램에 대한 대략적 설명을 들었을 때는 콧방귀를 뀌었다.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resource)을 소개하라고? 서로 행복했던 경험을 소개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것만 바라보자고? 지금 이 순간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감정, 생각들을 방으로 그리고 ‘타인에게‘’ 설명해보라고? 끊임없이 떠오르는 물음표들. 내 마음속의 시니컬함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내밀한 감정을 토해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서약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이를 비밀로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또 얼마나 될까? 우리는 서로에게 안전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아니, 이런 부차적인 것들을 다 집어치우더라도, 과연 이런 프로그램으로 ‘힐링’’이 되기는 하는 걸까?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도 누군가는 입을 열었고, 누군가는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어색한 듯 눈매를 휘었다. 첫날은 컴컴한 동굴 속에서 길을 걷듯, 우리는 그리도 조심스러웠다. 진정한 힐링은 둘째 날부터 시작되었다. 그래도 한솥밥을 먹고, 하루를 꼬박 붙어있었던 시간이 무용하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우리는 머뭇거리면서도 진심을 내비쳤다. 누군가가 용기 있게 아픔을 토해내면 그 울림은 메아리치듯 또 다른 누군가를 감싸고 다독였다. 여기저기서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그런 문장들이 흘러넘쳤다. 이러한 울림의 절정은 마지막 날이었다. 캠프를 마무리하는 아침, 우리는 침묵을 유지한 채 서로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만남의 Work & Performance’를 진행하였다. 서로의 발끝이 10cm 정도, 혹은 그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서로를 껴안을 수도,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줄 수도 있었다. 흐느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모두들 울음을 숨기지 않았다. 악수도 조심스러웠던 우리가 단 며칠 만에 뜨거운 포옹을 하게 된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이 모든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사람에 대한 불신도, 모든 상황에 대한 시니컬함마저도 잠잠해졌다. 단언컨대 여기서 얻은 제일 큰 리소스는 친구들일 것이다. 이제 안전하게 고통을 털어놓을 동료가, 이 순간의 온기를 함께 기억해줄 사람이 곁에 생긴 것이다. 이런 여운은 캠프가 끝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며칠 전 캠프를 같이 갔다 온 친구와 밥을 먹을 기회가 생겼다. 놀라운 점은, 캠프에서 배운 이러한 기법들이 우리도 모르는 새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서로의 좋은 점을 끊임없이 되새겼다. 타인의 장점을 보는 힘,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는 힘. 세상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들. 향초를 태우면 그 향이 옷에 묻어나는 것처럼, 캠프의 잔향은 우리에게 은은하면서도 강력하게 배어 있었던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향은 멈추지 않겠구나. 웃음이 전염되듯이, 공명되면서 더더욱 큰 소리로 울리겠구나. 그리고 이러한 조그마한 변화들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겠구나. 이것이 M&L 캠프가 말한 ‘힐링’이겠구나. 매년 찌는 듯한 여름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장흥의 가파른 언덕을 올랐던 기억들이, 산림욕을 했던 순간들이 행복함으로 남아 나를 지탱하겠구나. 그런 울림이 남는 캠프였다. 물론, 캠프에서 조원들과 라면을 나눠 먹지 못한 것은 아직까지 한으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임예빈 /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3학년 전국한의대생을 위한 제1기 M&L 힐링캠프 개요 한국엠앤엘심리치료연구원은 M&L 심리치료를 학부 때부터 배우고 익혔으면 하는 요청과 바램을 받아들여 한의대생 대상의 2박3일 코스를 지난 7월 2일~4일 개최했다. ▶대상 : 전국 한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 학부생 ▶일정 : 7월 2일~4일(2박 3일) ▶강사 : 강형원, 원광대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M&L심리치료 Trainer 서주희,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장, M&L심리치료 Teacher ▶장소 : 원광대학교 장흥통합의료병원 ▶주최 : 한국엠앤엘심리치료연구원 ▶후원 : 원광대학교 장흥통합의료병원 난치질환통합치료연구소, 원광대학교 한의학국제교류협력센터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