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e’ 등에 침 치료효과 기전 과학적 연구결과 잇달아 발표 이승훈 침구의학회 이사·임정태 한방내과학회 이사, EBC ‘여의보감’ 출연
대한여한의사회(회장 박소연)와 EBC(대표 유영현)의 업무협약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한의학 의료정보 프로그램 ‘여의보감’에 이승훈 대한침구의학회 이사와 임정태 대한한방내과학회 이사가 출연, 침구학의 과학적인 원리 및 한약에 대한 오해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여의보감 시즌2부터는 이번 침구의학회·한방내과학회를 비롯해 앞으로 한의약 관련 학회 소개로 각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최신 연구동향과 한의치료기술의 발전모습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한의약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들을 바로잡아 나갈 계획이다.
Q. 대한여한의사회와 협업 분야는?
이승훈 이사: 그동안 침구 치료는 주로 근골격계나 신경계 질환 연구에 집중돼 왔다. 최근 들어 여성 한의사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침구 치료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에, 여한의사들이 강점을 가지고 침구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질환군들을 함께 넓혀가면 좋을 것 같다.
임정태 이사:제 아내도 한의사인데, 여한의사분과 같이 연구나 진료 활동을 하다 보면 ‘커리어패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꼭 내과학회 차원뿐만 아니라 여한의사들이 자신의 경력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부분들을 같이 연구하고, 해결해 나가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
Q. 대한침구의학회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승훈 이사: 대한침구의학회는 1973년 창립돼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하는 한의학 학술단체 중에서 가장 크고 유서가 깊은 학회 중 하나다. 침구의학회에서는 침구의학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학술대회 및 세미나를 개최하고 침구 치료나 근골격계·신경계 질환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근거 창출에 힘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일본침구학회, 대만 중화침구의학, 세계침구학회 등과도 다양한 학술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Q. 보통 질환별로 과를 나누는데 ‘침구과’는 조금 특이하다.
이승훈 이사:‘鍼灸(침구)’는 침과 뜸을 의미한다. 보통 병원의 진료과는 치료하는 질환에 따라 소아과, 피부과처럼 이름을 정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침과 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고유한 치료법이기 때문에 침구과를 따로 두고 있다. 물론 침구과라고 해서 침과 뜸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추나요법이나 한약치료 등을 모두 사용해서 주로 척추 및 관절의 근골격계 질환이나 중풍 및 안면마비와 같은 뇌신경 질환 및 말초신경장애 등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Q, 침 치료 효과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훈 이사:침 치료를 받으면 기혈이 순환되고 어혈이 풀어져 당연히 좋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최근 들어서는 침의 과학적인 효과를 궁금해하는 환자들이 많다. 사실 요즘 환자들은 자신이 받는 치료가 어떤 기전으로 효과를 내는지 알아야 편안하게 치료를 받으시는 편이다.
침 치료가 허리나 무릎 통증 같은 만성 통증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인 기전이나 임상적인 근거는 정말 많이 밝혀져 있다. 대표적으로 2010년에 ‘Nature neuroscience’지에 침 치료가 통증을 억제하는 구체적인 기전이 밝혀져, 침이 단순히 플라세보가 아닌 진짜 통증을 치료하는 치료법으로 인정을 받게 됐다.
또한 2021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과학 학술지인 ‘Nature’지에 족삼리라는 혈자리에 침 치료를 하면 전신의 염증을 조절할 수 있다는 과학적 기전도 소개됐다. 이를 통해 침 치료가 통증뿐 아니라 염증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게 됐다.
Q. 초음파 활용의 장점은?
이승훈 이사: 지난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사실 한의사들이 갑자기 초음파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했던 게 아니라 예전부터 초음파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해 왔다. 저 역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도침이나 약침 등을 사용해 정교하게 치료할 필요가 있을 경우,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하면 보다 정확한 부위에 효과적인 침 치료를 할 수 있다.
Q. 대한한방내과학회 소개를 부탁드린다.
임정태 이사:한방내과학회는 1975년에 설립돼 곧 50년이 된다. 한방내과학의 연구와 진료 개발 및 지식 교류, 회원의 권익을 도모하는 한편 나아가 한의학의 발전과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현재까지 한방내과전문의는 1200여 명 정도 배출됐고, 한의과 분과 전문의 중에 가장 많다. 매년 2회 시의성 있는 주제에 대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코로나에 대한 한의치료나 초음파 판결 이후의 관심사를 반영한 혈액검사, 초음파 등의 진단 의료기기에 대한 학술대회도 개최한 바 있다. 특히 일본 동양의학회와도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고, 올해 가을에도 일본 동양의학회와 내과질환 한의치료와 초음파 활용에 대한 학술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Q. 한방내과와 양방내과의 차이점은?
임정태 이사: 아마 한국 사람이라면 오장육부라는 단어는 한 번쯤 들어봤을 텐데, 한방내과에서는 인체의 다양한 장기, 조직 중에서 오장육부와 관련된 내과질환을 다루는 과이다. 한방내과에서는 간계내과, 심계내과, 비계내과, 폐계내과, 신계내과 이렇게 구분하는데 의과에서도 심장내과,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신장내과와 구분하듯 비슷한 부분도 있고 좀 다른 부분도 있다. 최근에는 이런 이름들이 일반인들에게 좀 생소하게 와닿지 않는다고 해 간장조혈내과, 순환신경내과, 위장소화내과, 폐장호흡내과, 신장내분비내과처럼 공식적인 명칭은 아직 아니지만 좀 더 이해하기 편한 이름으로 쓰기도 한다.
Q. 한약을 먹으면 간에 안 좋다는 오해가 있다.
임정태 이사:물론 특정한 한약재는 간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약 전체가 간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식으로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면 실제로 효과가 있는 다른 한약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 이는 해당 질환이나 환자에게 귀중한 치료 수단의 하나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한약과 간 문제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에 기반해 과장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약이 특정한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해서 양약이 위험하다고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특정 한약으로 인해 간 손상이 왔다고 해서 모든 한약이 간 손상을 일으킨다고 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Q. 약재 관리도 중요할 것 같다.
임정태 이사:예전에는 한약재의 관리가 지금보다는 허술했던 부분도 있었다. 한약재는 식물이기 때문에 독성이 있는 약재가 실수로 들어온 경우나 품질 부분에서 곰팡이나 중금속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식약처와 한의계에서는 지속적으로 한약재의 품질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한의의료기관에 유통되는 의약품용 한약재는 농약, 중금속, 이산화황 등에 대한 성분 검사 및 불순물이 섞여 들어갔는지에 대한 육안 검사 등을 시행하고 있어 예전과는 다르게 훨씬 엄격한 기준을 거쳐 관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