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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도움으로 탄생한 탈북한의사의 길…민족의학의 작은 통일인 셈”
“대학 도움으로 탄생한 탈북한의사의 길…민족의학의 작은 통일인 셈”
한의과대학2022-02-24

▶인터뷰: 북한 의대 교수 출신 한의사 최한성 씨

하나재단 ‘전문직양성과정’으로 원광대 지원…자격인증심사 3회 도전 끝에 국시 합격

고려의학, 한약생산량 부족으로 침구치료 발달해…소화불량 치료 등은 대중화된 치료

[북한 의대 교수 출신 한의사 최한성 씨]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북한에서 고려의학을 전공한 의대 교수로 일하다 딸에게 더 좋은 앞날을 마련해주고자 탈북을 결행한 최한성 씨. 그는 남북하나재단과 원광한의대의 지원을 받아 올해 제77회 한의사국시에 합격해 한의사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고려의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도 경력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아 남한의 한의대를 재입학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경우다.

최 씨는 “국시에 합격하니 기쁨도 잠시 앞으로 진로에 대한 걱정과 부담감으로 마음이 무겁다”며 “지금까지 어려운 일도 많았고 길이 막혀 캄캄해 앞이 보이지 않는 날도 많았다. 작은 빛이라도 보이면 그 빛을 따라 끝없이 가보았고,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서라도 가려고 모든 정열을 쏟았다. 포기하지 않는 한 진로에 대해서도 잘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자신을 응원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남한에 자리를 잡은 뒤, 한의사로 새 인생을 모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탈북민들처럼 남한에서 한의대 편입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이는 당장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그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최한성 씨는 “탈북민들이 한국에 오면 한의대편입을 해야 한다. 나에게도 그러한 상황이 있었다”며 “한의대편입학을 하려면 기준치의 토익점수와 각 대학별로 제정한 과목시험에 필요한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그런데 토익점수를 획득하려면 토익전문학원에서 전문교육을 수강해야 했다. 2017년도 기준으로 수강비가 800만 원이였는데 생계를 유지하며 돈을 충당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의대 교과목을 보니 고려의학과 일맥상통했다. 그래서 북한의 학력을 인정받아 한의사 국시를 치를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자격인증심사를 받을 수 있는 준비를 하나하나 해나갔다”며 “진정서, 탄원서, 청원서, 소논문 등을 제출해가며 인증심사 절차와 검증을 받았다. 이 과정이 쉽지 않아 2회(2년) 탈락하고 앞길이 막연해 후회도 많았지만 나의 한의학 실력이 부족함을 자책하며 기초과목부터 꼼꼼히 학습하여 3년차에 자격인증심의를 통과했고, 올해 국시에 합격했다”고 고백했다.

[원광대학교 박맹수 총장 남북하나재단 축하 방문]

정수민 남북하나재단 주임은 “재단에 ‘전문직양성과정’사업을 통해 재북, 재남 경력자에게 전문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주고 있다”며 “최한성 씨는 북한에서 고려의학 경력이 있어서 재단에 이 사업 지원을 신청했다. 이에 재단에서 지난 2020년 원광대와 mou를 맺고 최한성 선생님과 대학을 연계해주었다”고 설명했다.

비록 자격인증심의를 통과한다 해도 바로 한의사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북한에서의 학력을 인정받고, 국시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국시를 준비해야 했다.

최한성 씨는 “의맥과 의련, 의지를 비롯해 국시에 필요한 책이나 시험방식 등 관련정보를 알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원광한의대에서 국시에 필요한 자료를 지원받아 국시에 필요한 지식을 더 깊이 쌓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지면을 빌려 박맹수 원광대총장님과 강형원 한의대학장님, 그리고 선의를 베풀어주신 교수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대학의 따뜻한 손길이 고뇌로 지쳐있는 내 인생에 자양분이 되어 탈북한의사가 탄생하였으며, 민족의학의 작은 통일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형원 원광한의대 학장은 “최한성 씨가 국시를 준비하는 것을 물심양면 지원하기 위해 학교에서 학생들의 멘토 활동을 짝지어주었고, 교수지도와 상담도 해주었다”며 “앞으로 원광대한방병원과 학생들의 한의원 실습에도 짝지어 내보내고, 임상술기센터 교육 등 다양한 임상교육에 참여하도록 도와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한과 북한을 잇는 ‘통일한의사’로서 가교역할을 하게 된 최한성 씨에게 고려의학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다. 그는 “고려의학과 한의학은 기본적으로 일맥상통해서 다를 것이 없다”면서도 고려의학의 대중성이나 질병 양상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최 씨는 “북한에서는 응급수술이나 외상, 수술적응증을 제외한 일반 항염증치료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시장에서 약을 사서 직접 치료한다. 소화불량이나 신경통, 마비증상은 고려의학치료가 주를 이룬다”며 “북한 의료시스템은 양의사도 침이나 뜸 등 한의 치료를 겸할 수 있도록 대학교육과정에서 한의학 과목을 배우게 되어있다. 환자가 오면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 할 것인지, 침이나 뜸 치료를 할 것인지 의사가 결정하여 치료를 병행한다. 북한에서 침구 치료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치료법이고 대중 선호도도 높다”고 전했다.

또한 “고려의학은 지난 1994년 고난의 행군 이후 생활고로 많은 약초를 중국에 무역밀매 하면서 한약원재료가 많이 부족하고, 전력난으로 제약공장 생산 정상화가 마비되면서 한약 생산량도 많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상위층은 한약이용율이 많지만 일반인들은 한약이용을 통한 건강증진을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침구의 응용도가 높아지고 침날의 두께에 따른 치료효과에 대한 임상사례들을 적극활용하면서 침구의 임상치료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남한은 경동시장을 비롯한 각 지역마다 한약판매 업체들이 잘 포진해 정리되어 있고, 국내한약생산과 수입수출 업체들의 시장경쟁율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한약제제와 한의의료기구의 혁신적성과를 입증하는 면모라 생각한다. 질병계통으로 보면 북한은 영양실조로 오는 결핵, 소화기계통질환, 염증성질병(특히 부인과질병)이 많다”며 차이를 설명했다.

이제 남한에서 한의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최한성 씨. 원광대는 지난 18일 그에게 한의대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강형원 학장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동문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는데 굉장히 좋아하고 감동을 많이 받으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뿌듯했다”고 전했다.

최 씨는 “부원장으로 일하면서 한의원의 운영방식과 치료방법을 전수받아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보답할 수 있는 한의사로 성장하고 발전하겠다”며 꿈을 밝혔다.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54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