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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통합의료, 시범사업으로 새 지평을 열어야…
한국형 통합의료, 시범사업으로 새 지평을 열어야…
한의과대학2024-10-02

이정한 원광대학교 한방병원장장흥통합의료병원장

한국에서 통합의료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법적, 제도적 기반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통합의료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은 통합의료 서비스의 질 관리와 표준화를 어렵게 만들고, 전문인력 양성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대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중심의 치료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회적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만성 질환의 증가와 의료비 상승 문제는 이러한 요구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학과 한의학, 그리고 근거 중심 보완의학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통합의료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행히 지난 몇 년간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통합의료 서비스 모델 구축과 레지스트리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이제는 축적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형 통합의료서비스 모델을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고 그 효과를 검증할 때다. 시범사업을 통해 한국형 통합의료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

시범사업의 출발점은 적용 질환 선정이다. 의학, 한의학, 그리고 근거 중심 보완의학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질환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피로, 불안, 통증과 같은 증상이나 암, 두통, 섬유근육통과 같은 질환에 통합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이를 참고하여, 한국형 통합의료 시범사업에서는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난치 질환인 섬유근통, 만성 통증 질환, 암 환자의 삶의 질 개선 등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 특히, 동물 매개 치료, 아로마테라피, 식이 요법, 마사지 요법, 음악 치료, 명상, 회복력 훈련, 태극권 또는 요가 등 메이요 클리닉에서 제시하는 근거 기반 보완 요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범사업은 통합의료병원을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 통합의료병원은 이미 의학과 한의학의 협진 체계를 갖추고 있고, 통합의료 전문 인력 양성과 교육, 연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시범사업을 통해 통합의료 서비스 제공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키고, 표준화된 진료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시범사업 초기에는 선정된 질환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표준 임상 경로 개발, 진료 프로토콜 확립,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통해 체계적인 시범사업 운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시범사업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하여 한국형 통합의료 서비스 모델의 효과와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이때, 통합의료적 접근이 기존 의학적 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임을 명확히 하고,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성공적인 시범사업 결과는 통합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국형 통합의료 서비스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더 많은 국민들이 통합의료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처 : 월간인물]

[게시글 작성자 : 한의예과장 임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