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한의 공지사항
한의신문[기획] 침, 어디까지 찌를 것인가…”정확한 치료, 결국 해부학과의 싸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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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과대학2016-01-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한의대 의료기기 교육 현장을 가다] “자, 혀 밑에 침을 놓는 건데 잘못 맞추면 기관을 뚫을 수 있겠지? 침을 어디까지 찌를지 먼저 인체 구조를 잘 살펴보는 게 중요해.” 전라북도 익산에 있는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1층에 위치한 임상술기센터. 25일 오후 2시, 이곳에서는 정현종 원광대학교 한의과대 진단학교실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초음파 기기 사용에 대한 설명이 한창이었다. 정 교수는 “환자를 눕혀서 이렇게 초음파 기기로 보면 염천이 정확히 보여, 자침의 방향을 알 수 있고 안전하게 침을 놓을 수 있지”라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혀의 뿌리를 뜻하는 혈자리인 염천(廉泉). 염천에 문제가 생기면 혀의 운동 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며, 혀가 붓고 아프고 말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이 때 침을 통해 구내염, 기침, 천식, 갑상선종 등을 치료하는 것. 이번에는 모듈을 바꿔서 복부 중간을 살펴보는 시연을 했다. 복부에 침을 놓을 땐 간이나 위가 있는 위치로 침이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 “침이 길어야 5~10cm정도지만 초음파를 통해 보면 어디까지 찔러야 할지 정확히 잡을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진단기기’뿐 아니라 ‘치료기기’도 교육 3억 원의 비용을 들여 건립한 원광대 한의대생들의 실습공간인 임상술기센터. 각종 기기실습 및 모의환자를 통한 가상진료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한의대생 중 사용 신청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다. 원광대 한의대 본과 3학년 학생들은 4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 때 한의원 등 1차 의료기관 실습 견학을 한다. 지난 18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4주 동안 1차 의료기관에서 실습이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사전 승인을 받고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1차 의료기관 실습을 마친 후 병원실습에 들어가기 전에 바로 이 곳 임상술기센터에서 4주간 모의 환자 진료, 의료기기 사용 등이 진행된다. 이번 겨울방학의 공식적인 일정은 다음달 15일부터 시작된다. 정 교수는 “본과 4학년들이 하는 병원실습에 들어가기 전에 사전 교육 형태로 술기센터에서 실습을 시키고 있다”며 “이 곳에 있는 각종 기기들이 병원에서 추천한 것들이라 미리 시연이나 실습을 하고 들어가면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실습에서는 실제 진료비를 지불하고 진단,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습을 할 수 없는 만큼 미리 임상술기센터를 통해 단순 견학이 아닌 학생들이 하나의 스킬, 술기, 수기에 대해 반복 숙달하는 과정들을 재현해 보고 익히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원광대 한방병원 임상 교수들이 직접 와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기자가 둘러본 결과, 적외선전신체열영상차단기(DITI), 귀·코·목 등에 질환이 있을 때 직접 살펴볼 수 있는 ENT 내시경, 스트레스 진단기, 경락 진단기, 체형 분석기, 체온·혈압·맥박·호흡 등의 바이탈 사인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 등도 구비돼 있었다. 한의대, 의료기기 관련 교육 얼마나? 초음파 기기를 시연한 정 교수는 “환자 치료는 결국 해부학과의 싸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해부학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느냐가 치료의 성과를 결정한다는 얘기로 해석됐다. 제대로 들여다볼수록 ‘더 정확한 치료’가 가능해진단 것. 실제 해부학에 대한 교육은 얼마나 될까. 원광대의 경우 예과 2학년 1년 동안조직학 및 실습1·2, 해부학1·2, 해부학실습1·2 등의 과목이 총 12학점으로 편성돼 있다. 해부학 중점 교육만 따지면 총 224시간이다. 본과 4년 동안에는 해부학, 진단학, 영상학 등에 대한 교육이 이론과 실습을 합쳐 총 2256시간 동안 이뤄지고 있다. 정 교수는 “양방에만 해부학이 있는 게 아니다, 꼭 양방의 과목일 수는 없다”며 “해부학은 생리학 등 다른 학문의 기본이며 사람을 치료 하려면 무조건 다 배워야 그 다음 것을 배울 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인체에 무해하게, 실시간으로 직접, 사람마다 다르게, 적은 비용으로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도구가 ‘초음파’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한의사, 의료기기 왜 필요한가 한의사의 경우 침 시술이 잦은 만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의료기기 사용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만약 한의원에 방문한 환자가 치료 전 귀안에 염증이 있는지, 비염이 있으면 코 안에 점막 어느 부위에 비염이 있는지, 목이 문제면 인후가 문젠지, 목젖이 문젠지, 구개의 문젠지 등 환자의 문진에 더해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도 의료기기는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산후에 자궁이 늘어나서 수축이 안 됐다면 한의원에서 복약 등 치료를 받은 후에 어느 정도 나아졌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의료기기만이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그 안에 어혈을 볼 수가 있고, 이 어혈을 없애기 위해 어떤 처방이나 치료를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죠. 치료를 했을 때 나중에 크기가 줄어들었는지 효과가 검증이 돼야 계속 치료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안 줄어들었다면 치료가 잘못된 거니 다른 판단을 해야겠죠.” 치료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향후 과제는? 향후 과제로는 초음파 의료기기의 핵심 모듈인 프로브(Probe)의 개발이 거론됐다. 프로브의 종류는 컴백스, 리니어, 섹터(심장), 바자이날 (4개의프로브) 등 다양한 여러 종류가 있는데 한의사들은 침을 놓을 때, 미세한 부위에 놓기 때문에 프로브의 끝이 한군데라도 뜨면 잘 안 보인다. 더 작은 부위를 보는 만큼 끝이 작은 게 필요하다는 것. 정 교수는 “초음파로 예를 들자면 현재는 양방에 맞춰져 있어 배를 보거나 근육을 보기 위해 길쭉한 모양이지만 한의사들은 침이 제대로 들어가는지 봐야 하므로 작은 게 필요하다”며 한의학연구원에서 현재 개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용갑 원광대 한의과대학장은 “원광대학교가 2012년 한의과대학들 중 최초로 한평원의 인증기준을 통과했고, 준비과정에서 임상술기센터를 만들어 한의학 교육을 선도하는데 기여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의료기기 사용 교육을 포함한 현대한의학의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